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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 벌써 한참 전의 일이다. 티벳에 다녀온 후배가 있었다. 까맣게 그을린 얼굴로 돌아온 후배는 티벳의 어느 호수에서 카메라를 던져 버렸다고 말했다. 사진집착하는 자신의 모습이 갑자기 싫어지더라고 했다. 카메라를 호수에 던져 버린 뒤부터 그렇게 여행길이 가벼워졌단다.
갑싼 자동 카메라였기 때문에 쉽게 버릴 수 있기도 했지만, 이제 어느 여행길에도 더 이상 카메라를 들고 떠나지 않겠다고 했다.
나도 티벳에 가면 그렇게 카메라를 던져 버릴 수 있을까.
아니, 그러지 못랄 것을 아주 잘 안다. 티벳이 아니라 샹그릴라에 간다 해도 나는 카메라를 버리지 못한다. 나는 그 후배가 부럽다. 몹시 부럽다.
카메라를 버리다니. 그것은 내가 이번 생에서는 이루지 못할 해탈이다. 언감생심 도 꾸지 못할 해탈이다.

난생처음 비행기를 타고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날 때, 처음 카메라를 샀다. 노출을 어떻게 맞추는ㄴ지도 모르면서 남들 얘기만 듯고 완전 수동 니콘 FM2를 샀다. 12년전의 일이다. 바디와 표준렌즈, 35-105 줌렌즈, 그리고 무식하게 커다른 메츠 스트로보. 한번도 무게를 달아보지 않았지만, 적어도 3Kg쯤은 족히 나갈 것이다. 배낭을 무겁게 만들지 않으려고 고추장 한봉지 안 들고 떠나지만. 한번도 감히 카메라를 놓고 떠날 생강는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카메라 때문에 내 여행은 언제나 고통이었다. 열하루 동안의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깅 때 카메라는 히말라야만한 무게로 내 어깨를 짓눌렀다. 한달동안 스페인 북부 800Km의 순레길을 걸어 갔을 때 가메라는 나의 십자가 였다. 어깨가 아프다 못해 늑막염에 걸린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가슴까지 아파왔지만, 나는 한번도 카메라를 던져 버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언제나 필름을 더 많이 넣어오지 못한 것을후회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사진집착하느냐고?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흘러간 시간의 일부라도 물질화시며 내 소유물로 만들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간단한 산수를 풀어 보면 된다. 내가 석달의 여행에서 6백장의 사진을 찍어 왔다고 가정해 보자. 셔터 속드롤 평균 1/250로치자. 500x1/250=2초. 내가 길에서 보낸 석달의 시간은 아무런 형체도 남기지 않고 흘러가 버렸다. 내몸과 머리에 기억으로 남겨지기는 햇지만 그 기억 역시 아무런 물질성을 갖지 못한다. 그런데 사진으로 남겨진 총 3초의 사긴은 내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질로 변화해 있는 것이다....

무거운 카메라를 짊어지고 다녀야 하는 고통,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저녁노을과 내 사랑의 미소를 단단하고 선명한 물질로 간직해야 하는 고통, 사진을 버리면 그 모든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있음을 잘 안다. 그러나 나는 집착한다. 순간이라고 불리우는 시간의 조각들 중 어떤 조각들은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붙들어 간직하는 것이 더 행복함을 알고 있기 때문에...


조병준 시인의 글 중에서.

2008/04/24 14:48 2008/04/2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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